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삶102-왜나는조그만일에만분개하는가<앵커브리핑

 (*^^)

작은 일에는
너그러움과
포용을 보이고

지대한 일에는
냉정함과
행동을 보이는
어른이어야 한다

그런
어른이어야 한다

-MEnter-
 
 

https://youtu.be/EKO5BsVD-zQ?si=Kw0AB3-SGhm5DeMl

 
 

 
 

왜 나는
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

저 왕궁 대신에
왕궁의 음탕 대신에
50원짜리 갈비가

기름 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
옹졸하게 분개하고

설렁탕집 돼지 같은
주인년한테 욕을 하고
옹졸하게 욕을 하고

 
한번 정정당당하게
붙잡혀 간 소설가를 위해서
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

월남 파병에 반대하는
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
20원을 받으러

세 번씩 네 번씩 찾아오는
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
 
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
이제 내 앞에 정서(情緖)
가로놓여 있다
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
부산에 포로수용소의

14야전병원에 있을 때
정보원이
너스들과 스펀지를 만들고

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
포로경찰이 되지 않는다고
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

놀린 일이 있었다
너스들 옆에서

 
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
이 스펀지 만들기와
거즈 접고 있는 일과
조금도 다름없다

개의 울음소리를 듣고
그 비명에 지고
머리에 피도 안 마른
애놈의 투정에 진다
떨어지는 은행나무 잎도

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
 
아무래도 나는 비켜서 있다
절정 위에는 서 있지 않고
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 있다
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 있는 것이

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!
 
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
이발쟁이에게
땅주인에게는 못 하고
이발쟁이에게
구청 직원에게는 못 하고

동회 직원에게도 못 하고
야경꾼에게

20원 때문에
10원 때문에
1원 때문에
우습지 않으냐
1원 때문에

 
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
바람아 먼지야 풀아

나는 얼마큼 적으냐

정말 얼마큼 적으냐


-
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/ 김수영 -

 
 

 
 
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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